농촌의 탄소중립을 유도할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농촌공간재구조화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지방의 전력수급 균형을 이룰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특법)과 함께 마을 단위의 에너지전환을 이끌 ‘와일드카드’로서 전문가들이 거는 기대도 크다.
이런 가운데 해당 법안이 농촌 내 재생에너지 보급 외에도 인구·생산성·편익 등 농촌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을 ‘지렛대’로 작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른다.
지난 24일 ‘농촌공간재구조화법 시행과 농촌의 에너지 전환’ 세미나에 모인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이달 29일부터 시행되는 해당 법안의 효과적인 집행 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이번 법이 기존의 접근법과 다른 의의를 되짚었다.
이날 행사는 녹색전환연구소가 주관하고 김승남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고흥군보성군장흥군강진군),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 서귀포), 경기도청, 전라남도청이 주최한 가운데 40여명이 참석했다.
◆ "탄소중립 농촌 브랜드로 농업 활성화 촉매 가능"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순조로운 법 집행을 위해 다양한 경제성 확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농지가 상승, 농산물 생산성 하락, 식량 안보 등 농촌 지속성에 대한 뾰족한 수가 마련되지 않아 제자리걸음을 해야 했던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 논의에서 얻은 교훈이다.
지현영 부소장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농지 감소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의 사례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일본은 영농형 태양광으로 발전수익을 창출해 농민 소득을 안정화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탄소중립을 중심에 둔 농촌 브랜드를 론칭하는가 하면, 휴경지의 재생, 황무지 개간, ‘농촌 첨단화’ 등으로 논의의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전체 농지의 10% 수준인 휴경지에 영농형 태양광을 보급하면 국가 전력수요의 37%를 충당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도출했다.
![일본의 우수 영농형 태양광 비즈니스 모델 사례로 제시된 시민에너지치바. [제공=녹색전환연구소.]](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403/334505_536035_1932.png)
지 부소장은 “치바현의 ‘시민에너지치바’ 모델은 탄소저감 농산물 브랜드로서 ▲탄소감축 크레딧 ▲유기농업 ▲농기계 바이오디젤화 등을 요소로 삼아 소득을 수 배 증대한 사례”라며 “여기서 만들어진 가공품을 기업에 납품하는 모델과 함께, 농촌에서 생산한 전력을 장기계약으로 공급하고 마을관광에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상상력’이 발휘됐다”고 소개했다.
이는 문제를 태양광 등 에너지 자체로만 볼 것이 아니라, 환경, 농업, 고용, 지역수용성 등 사회경제적 관점까지 아울러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일본과 유럽 등 식량안보를 우려하고 있는 지역에선 여기에 더해 농업에 대한 정밀한 행정관리와 금융(파이낸싱) 모델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현영 부소장은 “어떻게 재생에너지 사업을 농촌 활성화의 촉매로 만들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지 국가 차원의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농촌과 농민이 적극적인 사업 주체로서 나설 수 있는 발판도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사후 수용성 부작용↓…투명성 증대로 법 취지 보완 필요"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지속가능전략연구본부장은 농촌재구조화법이 의사결정과 수용성 확대 측면에서 갖는 함의를 설명했다. 앞서 주민 의견수렴절차 등 사회적 논의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개발사업들과 달리, 사업의 타당성 검증과 객관성 담보가 가능하도록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조공장 본부장은 계획 자체의 타당성, 사업추진 절차의 공정성과 주민 역량 강화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춰야 재생에너지 수용성이란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전제했다.
![조공장 본부장은 수용성 확보의 3가지 요소로 민주성과 합리성, 역량 강화를 꼽았다. [제공=한국환경연구원.]](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403/334505_536036_2311.png)
그는 “사업 전반이 결정된 후에 정보가 공유되는 ‘사후적 수용성’의 부작용은 해상풍력 등 다수의 사업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사실상 환경영향평가 외엔 이해당사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없었는데, 이번 법을 통해 사전적인 수용성의 확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농촌재구조화법은 40MW 이상 발전사업의 경우 시행계획의 수립 또는 변경 단계에서 사전 공청회를 통해 주민이 직접 사업을 파악하고 관여 또는 제동을 걸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작 단계부터 민관협의회에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진 점에서 기존 사업들과 궤를 달리했다. 주민이 추천한 공익·전문가 위원이 민간협의회에 참여해 사업 강행을 차단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조공장 본부장은 “이러한 민주성과 공정성 외에도, 다양한 정보를 폭넓게 공유하는 과학성, 공익위원의 전문성 등은 민관협의회의 덕목으로 기능할 것”이라며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각각의 회의에 참석한 발언자를 상세히 기록한 회의록을 주민 전체에 공개하는 투명성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조공장 본부장은 “이미 도출된 계획이 공청회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긴 어렵기 때문에 법 조항 내 불분명한 공청회 개최시점 등은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며 “또, 40MW 이하 사업의 경우 이해관계자인 농민이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타당성 검토 주체가 애매하다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재생에너지지구-농촌융복합지구 연계한 '분산에너지' 기능 주목
김윤성 에너지와공간 대표는 발제를 통해 농촌재구조화법이 목표로 하는 농촌의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가 기능할 ‘공간계획’을 제안했다.
김윤성 대표는 우선 “농촌과 농업이 지닌 기존의 문제를 풀어가는 데 중점을 두고 에너지 전환도 물꼬를 터야한다”고 전제한 후 “이번 농촌재구조화법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한데 모아 개발사업법에 방점을 둔 만큼,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재생에너지지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 시행 후 도입 가능한 재생에너지 지구 모델 사례. [제공=에너지와공간.]](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403/334505_536037_2434.png)
국내 농업부문은 GDP나 탄소배출량에 있어 변동성이 높지 않다. 대단히 늘어날 것이라 보기도 어렵지만, 배출량을 줄이기도 쉽지 않은 분야다. 김 대표는 주민협정을 통해 중규모 발전가능입지를 발굴하고 지구지정을 미리 계획하는 마을재생형 재생에너지지구나, 공공주도·대형사업형 재생에너지지구를 통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이중 특히 공공주도·대형 사업은 지자체가 간척지 등 국공유지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이 모델은 개인 토지소유자가 적기 때문에 이해관계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공공이 에너지자립과 거래방식 등을 적절히 조합하면, 권역 내 유기농·스마트팜·스마트축산단지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력과 열 등을 수십MW 단위로 소비할 수 있다.
다만 각각의 모델은 계통여유가 적은 농촌의 특성을 반영해 분산에너지지구로서도 기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업(생산·제조·가공)시설 등 서비스 시설을 집약한 농촌융복합산업지구 또는 축산지구와 연계하면 공급-수요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것.
김 대표는 “지구 사업은 단순한 발전단지 조성에 머물지 않고, 생산된 재생에너지가 지역에서 우선 소비처를 찾도록 묶는 것이 첫 단추”라며 “동시에 발전수익에서 벗어나 기후변화 및 환경 편익, 농촌 및 주민의 편익을 증진하는 것도 함께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 두 번째부터)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지속가능전략연구본부장,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김윤성 에너지와공간 대표 등 농촌공간재구조화법 시행과 농촌의 에너지 전환에 참석한 패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촬영=김진후 기자.]](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403/334505_536032_122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