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중립 달성, RE100 실현 등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과제들이 기업은 물론 정부의 주요 어젠다로 부각되면서 신재생에너지원 확보는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여러 신재생에너지원 중에서도 가장 경쟁력이 있는 태양광 발전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보급이 가장 활성화돼 있지만 정작 국내 태양광 산업생태계는 중국산에 잠식된 지 오래다.
업계에서는 국내 태양광 산업이 무너진 배경으로 과거 태양광 산업의 발달보다 보급 실적에만 치중했던 정부의 정책을 지적한다. 동시에 한편에서는 지금처럼 태양광 산업을 해외시장에 속수무책으로 내주는 것은 국가 경제는 물론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이에 본지는 잃어버린 태양광 산업의 주권을 찾아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기획 시리즈를 통해 보도한다.
◆중국 폴리실리콘 생산량, 우리나라의 9000배 넘어
중국 태양광 제조기업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료와 제조원가를 바탕으로 하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22년 상반기 태양광 산업 동향’을 발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공급망 독점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지난해 세계에서 증설된 폴리실리콘의 생산 용량 7만t이 모두 중국에 증설됐으며 모듈 역시 전체 증가분 123GW 중 중국의 몫이 114GW에 달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모듈 증설의 92.7%가 중국에서 이뤄진 셈이다.
지난해 세계 폴리실리콘의 생산량은 중국 64만7000t, 미국 및 독일 각각 6만t, 말레이시아 2만7000t, 일본 1만5000t이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6500t에 그쳤다.
연구소는 “태양광 공급망에서 중국 비중이 가장 낮은 분야가 폴리실리콘이었으나 대규모 증설로 2023년 이후 글로벌 폴리실리콘 공급에서 중국산 비중은 8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폴리실리콘 분야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가격결정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태양광 원자재인 웨이퍼 생산 용량의 경우 중국 456GW, 대만 3.7GW, 베트남 2GW, 노르웨이 1GW 순이었다.
같은 해 핵심부품인 태양광 셀(태양전지)의 생산 용량은 중국 400GW, 말레이시아 16.9GW, 베트남 14GW, 태국 9.6GW, 한국 8GW였다.
연구소는 “웨이퍼의 글로벌 생산 용량에서 중국의 비중은 2022년 97%에 달한다. 태양전지 핵심 소재인 웨이퍼를 독점함에 따라 중국의 웨이퍼 공급 없이는 태양전지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태양전지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증설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으며 중국 기업들의 독점적 위치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늘어나는 중국산 태양광…무너진 국내 공급망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태양광은 국내 시장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구을)에 따르면 국내산 태양광 모듈 비율은 2017년 73%에서 2022년 6월 기준 68%로 5%p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산 모듈 비율은 29%에서 32%로 증가했다.
태양광 셀의 경우도 국내산 비율이 2017년 40%에서 2022년 6월 35%로 5%p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중국산 셀 비율은 52%에서 59%로 7%p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중국산 태양광의 공세는 국내 태양광 기업들의 사업 철수로 이어졌다.
SKC는 2020년 4월 태양광 모듈을 보호하는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시트 사업의 중단을 결정하며 태양광 산업의 시장 악화와 중국 주도의 경쟁 심화를 이유로 꼽았다.
폴리실리콘 대표 기업인 OCI 또한 2020년 폴리실리콘의 국내 생산을 중단했다. 군산공장의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하고 일부 라인을 반도체용 설비로 전환했으며 폴리실리콘 사업은 말레이시아 등 해외로 돌렸다. 중국 제품이 워낙 저가이다 보니 국내에서 생산할수록 손해가 발생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잉곳·웨이퍼를 생산해 온 웅진에너지 역시 중국과의 경쟁 끝에 문을 닫았다. 사업 부진으로 2019년 법정관리를 받은 웅진에너지는 2020년 코스피 시장 상장 폐지를 거쳐 2022년 7월 최종 파산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6월 30일자로 태양광 모듈 사업을 종료한 LG전자 또한 중국과의 경쟁을 이유로 들었다. LG전자는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한 프리미엄 라인업을 무기 삼았지만 치열한 물량 싸움에 모듈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에 머물렀다. 태양광 모듈 매출은 2019년 1조1000억원대에서 2020년 8000억원대로 하락한 바 있다.
◆늘어가는 신재생에너지 확보 압박…중국에 판 깔아줄까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국내 기업들은 늘고 있다.
SK그룹 8개 관계사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아모레퍼시픽,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현대위아, 인천국제공항, KB금융그룹, 기아,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징크, 롯데칠성음료, 미래에셋증권 등이 RE100에 가입했다.
RE100 달성을 위해 일부 기업들은 태양광 발전사업에 직접 나서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0월 울산, 대구, 김천 공장 등 국내 주요 생산거점 3곳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했다. 4곳의 공장을 합쳐 약 1만1894㎡(축구장 약 1.5배) 설치면적에 총설비 용량은 2.5MWp 규모로 연간 3308MWh의 재생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
LG전자 또한 창원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옥상에 2025년 완공 목표로 축구장 3개 크기의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 중이다.

문제는 이처럼 국내 태양광 발전 보급은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소화할 수 있는 국내 산업생태계는 이미 망가졌다는 점이다. 그 결과 국내 공기업까지도 중국산 모듈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부산 남구갑)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가 제출한 20개의 태양광 사업체 중 중국산 모듈이나 셀을 100% 쓴 곳은 총 12곳으로 절반을 넘었다.
태양광 제조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 가운데 가격이 저렴한 중국 모듈을 대거 수입해 설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일반 대기업은 물론 국내 공기업도 중국 모듈을 사용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는 문제가 아니냐”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기업도 국내 태양광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인프라 투자 전문그룹 에퀴스는 신안 자라도 PJT 사업을 추진 중이며 케펠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500MW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한국 기업인 소울에너지와 MOU를 체결한 바 있다. 두 기업은 싱가포르계다.
호주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맥쿼리PE는 지난해 국내 기업 아이오니아에너지와 손잡고 부산·경남 산업단지에서 지붕태양광 발전사업에 뛰어들었다. 발전설비용량은 16MW이며 사업비는 200억원 규모다.
국내 태양광 제조업계는 해외자본이 투입된 국내 개발사업에 한국산 제품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없는 만큼 중국산 기자재가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RE100 선언 기업이 늘어나며 해외 투자사 및 개발사들이 진행하고 있는 태양광 프로젝트는 RE100 시장으로 연계될 가능성이 많다”며 “RE100 기업과 직접 PPA를 맺거나 매각이 될 태양광발전소에는 탄소배출량이 적은 제품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방안이 없어 값은 저렴하지만 탄소배출량이 많은 중국산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